모두가 1인분으로 하는 영화_본 시리즈 리뷰_<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본 아이덴티티 스틸컷, 네이버 영화
넷플릭스에서 6월 30일 떠난다는 소식에 미뤄왔던 본 시리즈를 재주행했다. 시리즈는 계속 보면 아주 재미있지만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 마음을 독하게 먹고 몰아붙이는 것 같다. 모든 시리즈를 본 것은 아니다. <본 아이덴티티>, <본 스플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지는 이견이 없는 본 시리즈만 모두 보았다.
본 슈프리머시스 칠컷 네이버 영화 전반적인 감상전반적으로 다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1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역시 중심인물이 두 명이었고, 메인스토리도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 <본 아이덴티티>가 가장 밀도 있고 흥미로웠다. 내용이 너무 무거워 오락용으로 즐기기에도 좋았고 액션과 함께 로맨스 장르도 포함돼 있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스토리였다. 2편 본 스플리머시는 1편보다 약간 어두웠다. CIA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 위주로 결말이 가장 인상적인 시리즈였다. 3편 본 얼티메이텀은 자신과 같은 암살자 집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직을 파괴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본시리즈에 어울리는 마무리임에 틀림없다. 2, 3편은 역시 같은 주인공에게 이야기와 액션이 진행되는 패턴이 생겨 그런 부분들이 영화를 좀 지루하게 만들어서 아쉬웠던 것 같다. 시리즈물 자체가 갖는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리즈 전체가 제대로 흥미를 잃을 틈이 없도록 구성돼 있어 내내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본 아이덴티티 스티 르컷, 네이버 영화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중 본 아이덴티티가 가장 흥미로웠다. 기억을 잃은 비밀요원이란 소재부터가 매력적이었다. 장르도 로맨스와 액션과 드라마가 모두 있어 볼거리도 다양했다. 이야기의 진행도 원활해 모든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다. 개인 간 갈등, 국가기관과의 갈등이라는 주요 갈등이 큰 두 갈래로 갈라져 서사적으로도 가장 빈틈이 없는 시리즈였다. 역시 시리즈물의 첫 작품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인상적인 부분은 소재와 그것이 말하는 이야기였다. 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인생을 이어간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 모습은 마치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내 이름은 무엇인지, 내 직업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누군가가 정의해 주지 않으면 나의 정체성은 사라질 것처럼 보인다. 봉이 갖고 있던 수많은 여권에 적힌 몇 개의 신분처럼 내 정체는 금세 둔갑할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본은 본능으로 삶을 꾸려간다. 봉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한 삶을 산다. 그런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닮았기에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좋은 소재와 좋은 얘기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자신이 정해 가면 된다. 나는 이제 내 편이야라는 본처럼 각자 내 편이 돼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면 된다고 했다.
본 얼티메이텀 스틸컷 네이버 영화모두 한 사람 몫을 하는 영화
페미니즘이 큰 화제가 된 지 꽤 오래됐다. 최근 영화에서는 여성 주인공을 만들거나 여성 중심의 서사를 만들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게 마냥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이른바 본때를 보이기 위한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스토리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여주인공을 여성으로 둔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얘기 자체는 허술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이야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여성 서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물론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어야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많이 팔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야기에 끼워 넣은 캐릭터는 매력도 없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를 구출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제대로 된 보여주기식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각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할 수도 없고 흐름상 스토리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화감을 갖게 하기 쉽다.
오히려 해답은 과거 영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본 시리즈(본·정체성, 본·스프리 마시, 본·알티메이탐)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자기 특유의 서사를 갖고 있다. 주인공 본은 자신의 과거를 알려고 노력한다. 마리는 자신이 행복하기를 원한다. 국장(?)들은 현재를 지키기 위해 과거의 자기 잘못을 감추려는 사람들이고, 랜디는 그런 조직에 환멸을 느끼고 바로 잡으려 한다. 모든 캐릭터가 제 몫을 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한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동적으로 목적 없이 방해자가 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어느 것도 입체적이고 자신들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캐릭터였다.
모든 영화가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영화의 주인공이 남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살아 있어야 한다. 모든 캐릭터는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역할과 목표가 있어야 하고, 줄거리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 왕자님을 기다리다 잠이 드는 것은 캐릭터라기보다는 스토리 장치 같은 도구에 더 가깝다. 제발 이야기 속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시선을 고려한 연출영사관 탈출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선 이동을 고려한 기물과 동선과 카메라가 인상적이었다. 빠르게 편집되는 만큼 관람객의 시선 이동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매우 짧고 빠르게 컷이 바뀌는데 앞 컷의 인물의 위치와 다음 컷의 시작인물의 위치가 같기 때문에 인물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